국회 문학상 수상에 부쳐
하늘시인 이영하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받아 온 상장을 세어 보니
이번이 백 번째에 이른다.
받아 온 상장을 세어 보니
이번이 백 번째에 이른다.
숫자는 반듯하게 쌓였지만 그 사이를 지나온 날들은
한 번도 반듯하지만은 않았다.
한 번도 반듯하지만은 않았다.
임무를 마치고 하늘에서 돌아온 날,
먼 나라에서 고국의 이름을 전하던 날,
한 편의 시 앞에서 지우개를 든 채 망설이던 밤.
먼 나라에서 고국의 이름을 전하던 날,
한 편의 시 앞에서 지우개를 든 채 망설이던 밤.
상장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남지만
그 이름을 여기까지 데려온
수많은 손과 얼굴은 적혀 있지 않다.
그 이름을 여기까지 데려온
수많은 손과 얼굴은 적혀 있지 않다.
함께 날았던 동료들, 먼 길을 기다려 준 가족,
서툰 문장에도 마음을 내어준 독자들.
서툰 문장에도 마음을 내어준 독자들.
이번 상은 내가 이룬 일의 마침표가 아니라
앞으로 감당할 몫을 묻는 물음표다.
앞으로 감당할 몫을 묻는 물음표다.
국회의 이름으로 받는 문학상 앞에서
나는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기보다
내 문장이 누구에게 닿는지 살피려 한다.
나는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기보다
내 문장이 누구에게 닿는지 살피려 한다.
힘없는 이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잘못된 일 앞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한 줄의 시라도 세상에 쓸모를 보태도록.
잘못된 일 앞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한 줄의 시라도 세상에 쓸모를 보태도록.
백 번째 상장을 덮는 날, 나는 다시 첫 문장을 쓴다.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시작 노트〉
◉주제 및 배경
사관학교 졸업 이후 100번째 수상이라는 이정표와 국회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성취를 자랑하기보다, 상이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문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묻고자 했다.
◉시적 구성
백 번째 상장이라는 구체적인 사실에서 출발해 군인과 외교관으로 살아온 시간, 시를 쓰며 겪은 고뇌, 함께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 후반부에서는 수상을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로 전환한다.
◉시적 감수성
공식적인 기념물인 상장과 시를 쓰기 위해 지우개를 들고 망설이던 밤을 대비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 뒤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타인의 도움이 있었음을 드러내어 겸손의 정서를 형성했다.
◉비유 및 표현 기법
‘마침표’와 ‘물음표’를 대비해 수상과 책임의 관계를 표현했다. 백 번째 상장을 덮고 다시 첫 문장을 쓴다는 결말은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상징한다.
◉시적 메시지
명예는 과거의 성취를 증명하지만, 그 명예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앞으로의 삶이 결정한다. 문학상 등, 수상의 가치는 수상자의 이름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사회와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에 달려 있다.
◉시인의 메모
백 번째라는 숫자는 지나온 시간을 보여 주지만, 앞으로 써야 할 문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수상을 겸손하게 돌아보며, 더 깊이 듣고 더 책임 있게 쓰는 시인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